"오래된 미래"의 교훈 / 부산일보 게재
[건축, 도시를 만든다] <10>'건축의 꿈'담은 명저
②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부 교수
부산일보 2007/11/28일자 025면 서비스시간: 09:43:02
 

사진 설명:라다크 지역의 주택들은 그 지역에서 채취한 진흙을 햇빛에 구운 재생 가능 자원으로 지어진다. 라다크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건축의 희망을 제시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 Hodge)는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였다. 우연한 기회에 인도와 중국 사이의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잡고 있는 라다크 지역을 언어 연구차 방문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다. 합리성을 토대로 산업화를 이룬 유럽 출신의 그녀에게 라다크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비합리적이고 비문명적인 요소들로 가득 찬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과 제도, 석유와 전기 등 현대 문명에 의존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발견한다. 지구와 자연을 파괴하거나 착취하는 서구의 현대문명과는 달리 지구에 대해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는 라다크인의 지속가능한 삶에 매료되어 간다. 하지만 그녀가 경탄했던 라다크의 전통적 삶은 최근 인도정부에 의한 근대화 정책으로 인해 급격히 파괴되었다.

서구를 제외한 세계에서 산업화와 근대화는 곧 서구화와 동의어이다. 그것은 미몽으로부터 벗어나 합리적인 문명세계로 진입하는 축복받는 성년식으로 인식됐다. 서구를 모델로 한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해 얻은 것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공간의 현실이다. 오늘날 도시건축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과 환경의 분리이다. 라다크 사람들의 집은 그 지역에서 채취한 진흙을 그 지역의 방식대로 햇볕에 구워 동네 사람들이 다 함께 협력해 짓는다. 재료가 다르니 마을마다 집의 색깔이 다를 것이고, 집주인을 생각하며 마을사람들이 함께 만들었으니 그 집은 곧 집주인과 마찬가지이다.

라다크의 건축이 현대 도시에게 던져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지속가능성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생산하지 않았고 소비한 다음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삶의 방식을 지켜 왔다. 그들은 자연을 파괴하거나 석유와 같은 유한한 자원을 소비하지 않고도 햇빛, 바람, 비, 흙과 같은 재생가능한 자원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집이 수명을 다하면 건설폐기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흙으로 돌아갈 뿐이다.

오늘날 우리 도시의 건물들은 라다크의 건축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요인으로 지목받는 이탄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 중 하나가 건설업이다. 짓는 과정뿐 아니라 유지 관리도 반환경적이다. 값비싼 가격으로 팔려 나가는 주상복합아파트일수록 햇빛과 바람을 멀리하고 에어컨과 보일러에 의존한다.

물론 현대도시가 라다크의 전통적인 삶과 건축을 모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프라이부르크(Freiburg)는 태양열을 이용한 건축에 집중해 전 세계적인 연구와 산업, 학문의 중심이 됐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 접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건축에 대한 부산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다.

라다크의 교훈은 과거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지구온난화, 생태 파괴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미래의 지혜가 절실하다. 지속가능한 건축은 이제 모든 도시에 부여된 과제이자 희망이다. 프라이부르크처럼 여기에서 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야 한다.

 

by UrbanArch | 2007/12/08 16:02 | Essays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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